In my opinion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나아가기

jonny_is_doing 2023. 3. 19. 11:46

최근에 한 인하우스 번역가 분께 퇴사 통보를 받았다. 그 분을 정말 믿었고 의지 했던 것 같다. 그 분은 주말 근무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내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말이었다.

 

'아, 내가 이 분의 말을 경청하지 못했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분은 정말 우리 플랫폼에 기여를 많이 해주신 분이었다. 주말의 번역 검수를 책임져 주시고, 마감 기한을 지키기 위해 굉장히 애를 많이 쓰신 분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평일에 만날 때면, 주말에 일이 많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더 뽑아 달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나의 업무와 나의 상황 탓을 하며 그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 동안 그 분은 혼자서 정말 많은 책임을 지며 싸우고 계셨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성장하는 단계의 회사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속에 있지만, 그와 동시에 절대로 시스템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기 이전에 어떤 업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의 단계에서 결국 일을 해내는 건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그 마음의 시작은 좋지만, 그 마음이 커져서 내 일이 먼저가 되고 동료가 나중이 되어 버리면 결국 나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당장의 효율만 추구하다가 사람을 떠나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나중에 다른 사람이 와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같은 이유로 떠나기 때문이다. 

 

에이전시 회사이기 때문에 인력은 소모적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잠시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회사의 지경을 한정하는 말이기도 도 하다는 것이 아닐까. 더 성장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 성장하는 인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어찌보면, 이번에 퇴사를 결심하신 번역가 분 께서는 더 좋은 기회와 처우를 위한 결정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귀한 분을 우리는 감당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은 많았겠다. 하지만, 당시로써는 최선이었다. 더 좋은 방법을 실행에 옮기는 힘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크고 작은 실패 속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염세적인 관점으로 방관하며, 이 사회 구조를 탓하기만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직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리더는 가장 미세한 소리까지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나는 아직 듣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나의 생각 속에 갇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틀릴 수 있고,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내린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선택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배울 것이다. 그게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더 많은 메모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더 효과적으로 나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다. 나의 관념을 내려놓고, 더 섬기는 마음으로, 더 듣는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이 말이 내게 굉장히 와닿는 한 주였다.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나 혼자 결정하면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같이 결정을 내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동료의 아픔이 헛되지 않게, 다음에 올 사람이 아파하지 않도록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며 더 깊게 고민하고 더 주의깊게 듣고 싶다.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섬기기 위해 나는 이 자리에 왔다. 그들의 칭찬을 듣고자 내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나는 부족한 몸이지만, 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는 소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실패하고 내일 다시 한 걸음을 내 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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